한 인간이 이룩한 작품이란,
예술이라는 우회의 길들을 거쳐,
처음으로 가슴을 열어 보였던 한 두개의 단순하고도 위대한 이미지들을
다시 찾기 위한 기나긴 행로에 지나지 않는다.
- 알베르 카뮈 <안과 겉>
카뮈는 '최초의 인간'을 집필하던 중 교통사고로,
1960년 1월4일 마흔일곱 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미완의 작품이다.
책 뒷부분에 구상노트와 낱장의 메모, 편지들이 부록으로 실려있다.
자신의 가난한 어린시절을 바탕으로 한 이 소설은 카뮈 사후 30여 년이 지나 출판되었다.
지독하게 가난한데다 그의 어머니는 귀머거리에 글을 읽지도 못하며,
아주 억척스러운 할머니, 삼촌과 유년시절을 보내는 주인공 자크 코르므리.
(소설에서 어머니는 듣지 못하기도 하지만, 거의 침묵한다. )
'최초의 인간'은 카뮈에게 아버지인가.
자크 코르므리는 어머니의 부탁으로 전쟁에서 사망한 아버지의 묘지를 찾아간다.
그러나 주인공은 아버지의 얼굴은 물론 그 어떤 기억조차 없다.
유일하게 아버지를 알려줄 어머니는 말을 하지 못한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알려줄 수 없는 아버지.
침묵하는 어머니의 뒷모습.
가난한 사람들.
어떤 유산도 없는 삶.
그 부재를, 결핍을 찾는 여정이 카뮈의 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마흔일곱의 카뮈는 죽음으로 다시 한 번 최초의 인간으로 돌아갔다.
주인공 자크의 집이 얼마나 가난했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자크는 시장에서 식료품 몇 가지를 사오라는 할머니의 심부름을 한다.
거스름돈 동전 2프랑을 주머니에 넣고 집에 돌아와 할머니를 보자, 자신도 모르게 동전을 화장실에 떨어뜨렸다고 거짓말을 한다.
당시 화장실은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받침대에다 터키 식으로 구멍을 하나 뚫어 놓고 사용 후 양철 그릇으로 물을 몇 통 붓도록 만들어진 것이 전부였다.
할머니는 "확실하냐?" 하고 한 번 물은 후,
"좋아, 어디 가보자." 며 팔을 걷어 올린다.
자크는 오물 속을 손으로 뒤지는 현실과 자신이 도둑질을 했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속이 뒤집힐 것만 같았다.
그리고 다음 날, 숨겨둔 2프랑을 내고 운동 시합 구경을 한다.
내 상식으로는 손자를 바르게 가르치려는 할머니의 본보기인가 했는데 주인공 자크가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집안 형편상 그 두개의 동전이 정말 큰 돈이었다는 것이다.
알베르 카뮈는 1913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태어난다. 아버지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한 후, 빈곤 속에서 귀머거리인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초등학교에서는 루이 제르맹을, 알제 국립대학에서는 장그르니에를 은사로 만나 수학했다. 졸업한 뒤에는 신문 기자가 되었다.
카뮈는 1937년에 시적 산문집 <안과 겉>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이방인> <페스트> <전락>
산문 <결혼> <시지프의 신화> <반항하는 인간> 등을 발표,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카뮈의 원래 장래희망은 축구선수였다고 한다.
실제로 대학생활 중 골키퍼로 활약했으나 결핵이 재발해 그만뒀다고 한다.
이후 배우도 꿈꿨으나 여의치 않아서 글을 썼다고 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소설은 그냥 자기 머리에서 나오는대로 썼다고 한다. (뭐지!!)
처음 카뮈를 접한다면,
산문 <안과 겉> ---카뮈의 문학적 기원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으며,
소설 <최초의 인간> ---자전적 이야기로 카뮈 개인의 성장기를 알 수 있고, 다른 소설에 비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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